[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영성치유(4)
태양과 비, 그리고 무지개
기자명윤종모 주교 입력 : 2023.09.25 04:35 수정 : 2023.10.01 14:47 0
인생은 밝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섞여 이루어져 있다. /셔터스톡
자아(ego)를 강화하여 문제의 실체를 알아내서 치료하겠다는 것이 프로이트가 지향한 심리치료였다. 그러나 이를 초월하여 좀 더 완전한 치유에 이르게 하는 것은 깨달음이다.
스무 살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매튜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난폭한 사람으로 소문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젊은 나이에 치명적인 병에 걸려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당황하여 감정을 조절할 수 없었다. 어떤 상담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벽을 향하여 앉아서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을 꼼작 않고 있다가 다음과 같은 짧은 시(詩)를 한 편 썼다.
태양이 없으면 우리는 무지개를 가질 수 없지.
비가 없어도 우리는 무지개를 가질 수 없어.
아, 태양과 비, 웃음과 고통.
그것들이 함께 어울려 무지개를 만드는 거지.
You can’t have the rainbow without the sun,
You can’t have the rainbow without the rain,
Oh the sunshine and the rain, the laughter and the pain,
Together they make rainbows.
여기서 무지개는 우리의 인생을 의미하고, 태양은 삶의 긍정적인 면을, 비는 삶의 부정적인 면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인생은 밝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섞여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이 사실을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마음으로 깨닫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마음으로 깨달으면 영성은 성장하고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매튜는 그 사실을 깨닫고 치유를 경험했다.
그는 깨달음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어 병과 죽음까지도 받아들였고 자기를 돌봐주는 의료진에게 감사하고, 다른 환자들에게 봉사하며 살다가 이 시를 쓰고 10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깨달음으로 죽음을 초월하여 밝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매튜는 비록 암에서 회복되지는 못했지만 암이라는 병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상처로부터는 치유를 받았다.
이것은 자아초월 심리치료라고 부를 수도 있고, 영성치유라고 부를 수도 있으며, 명상치유라고 말할 수도 있다. 모두 같은 성질의 치유인 것이다.
나는 가끔 상담자들로부터 명상으로 어떻게 상처받은 정신을 치료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상담자가 의미 있게 살펴보아야 할 것은 삶과 죽음, 그리고 의미의 상실 같은 영성적인 문제는 심리치료로는 한계가 있고, 마음을 닦아 깨달음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마음을 닦고 영성을 수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마음을 닦고 영성을 수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瞑想, meditation)이다. 그러므로 상담자, 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 나아가서는 비단 이들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반드시 명상해야 한다.
명상으로 성장하여 먼저 자신을 치유하고(self-healing), 또 다른 사람도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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