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영성치유
자아초월심리학과 정신통합
기자명윤종모 주교 입력 : 2023.09.04 04:35 수정 : 2023.09.10 20:00 0
심리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치료는 영성치유라고 할 수 있는데, 영성치유의 좋은 도구는 명상이다. /셔터스톡
인간은 하이덱거의 말처럼 자기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내던져져 삶을 살아가고 있거나, 아니면 신의 축복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신의 축복 가운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떤 것이든지 간에 인간의 삶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그리고 기쁜 일과 슬픈 일들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서 흘러가고 있다.
슬픈 일들이란 폭력, 유기, 상실, 이별, 죽음 등등의 마음 아픈 일들이다. 어떤 트라우마는 마음에 깊은 충격과 상처로 남아 이상심리를 만들기도 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상담사나 심리치료사, 그리고 정신과 의사들은 사람들이 그런 아픔과 이상심리에서 회복되도록 돕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주로 쓰는 도구는 심리치료이다.
그런데 심리치료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다. 심리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치료는 영성치유라고 할 수 있는데, 영성치유의 좋은 도구는 명상이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치료의 도구로 명상을 응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자아초월 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은 영성을 다루는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자아초월 심리학을 전통적인 심리학 범주에 넣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영성적인 주제들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아초월 심리학이 심리학의 중요한 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상담에서 다루는 심리학은 응용심리학(applied psychology)이라고 할 수 있는 바, 그 심리학이 치료에 응용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상담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자아초월 심리학도 치료 내지는 치유에 응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는 상담자의 과제이긴 하지만, 나는 자아초월 심리학을 명상에서 바라보며 자아치유(self-healing)와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 그리고 성장을 위한 주제로 성찰해 왔다.
나는 자아초월 심리학 중에서도 로베르토 아싸지올리(Roberto Assagioli)의 정신통합(psychosynthesis) 이론은 특히 명상의 주제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신통합 이론은 명상하는 사람들이 탐구하는 마음의 본질에 대하여 잘 설명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병리적 정서의 치료에 매우 좋은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기간 명상을 해오면서 명상을 수련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어떤 명상가들은 마음공부가 잘 돼 있어서 자리를 같이 하여 대화를 나누어 보면 따뜻함과 영성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물같이 바람같이 자유스럽고 평화스러운 영혼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명상을 수련하는 열정은 있었으나 다소 거칠고 독선적인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좀 의아할 때가 많았다. 명상을 한다는 사람이 왜 저렇게 거칠고 독선적이고 공격적일까?
나는 그들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사람, 즉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 자신도 나의 무의식에 도사리고 있던 마음의 상처가 발동하면 나도 모르게 거칠어지고 공격적이 될 때가 많다.
명상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상처를 발견하고 치유해야 한다. 명상을 단순한 기술적인 도구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아싸지올리의 정신통합은 사람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영성을 성장시킬 수 있는 매우 좋은 도구이다. 영성이 성장하면 치유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자아초월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자아초월 심리학과 명상, 그리고 자아초월 심리학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신통합(psychosynthesis)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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