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족의 이름으로, 당신도 갇힐 수 있다
입력 : 2016.04.15 03:00
[違憲 심판대 오른 정신보건법]
"본인 동의없이 정신병원 강제입원"… 法에 호소, 6년 사이 6배 늘어
- "인권침해"
부모 등 보호자 2명 동의하고 의사 진단 내리면 입원시켜… 재산 노려 악용될 수도 있어
- "가족 위한 불가피한 조치"
환자로 인해 고통 받는 남은 사람들의 삶 보호해야
30대 중반부터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인 이모(58)씨는 16년 전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이후 지난해까지 병원을 옮겨가며 정신병원 신세를 졌다. 그 사이 부모가 돌아가셨지만 보호자인 아내가 외출을 허락하지 않아 이씨는 부모의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다. 이씨는 퇴원해 아내와 이혼하고 싶었지만, 아내는 "퇴원 얘기를 꺼내면 간식비도 넣어주지 않겠다"며 압박했다.
가족의 이름으로, 당신도 갇힐 수 있다
/김성규 기자
참다 못한 이씨는 법원에 '내 뜻과 달리 위법(違法)하게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으니, 퇴원을 허가해달라'며 정신병원을 상대로 인신(人身) 보호 청구를 했다. 지난해 6월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이씨는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데다 자기나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성도 낮다"며 이씨를 풀어주라는 명령을 내렸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했던 60대 남성 이모씨도 지난해 6월 가족들과 병원이 자신을 부당하게 병원에 입원시켜 감금하고 있다면서 법원에 인신보호를 청구했다. 병원은 이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그를 퇴원시켰지만, 가족들은 그가 퇴원하자마자 다른 병원에 강제로 입원을 시켰다. 법원은 이씨가 소송을 낸 지 석 달 뒤 "이씨의 헌법상 권리인 인격권, 신체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질환 등을 이유로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강제 입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법원 문을 두드리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에 접수된 '인신보호 청구'는 2009년 122건에서 지난해 772건으로 6년 만에 6배 넘게 늘었다.
정신보건법에는 부모나 가족 등 보호자 2명이 동의하는 상황에서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리면 당사자의 뜻에 반(反)하는 강제 입원도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치료를 위한 입원이라고 해도 환자의 의사(意思)를 확인할 필요가 없게 돼 있어서 이 법을 둘러싼 '인권 침해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가족 중 상속이나 증여 문제 등을 둘러싸고 환자와 재산 분쟁이라도 벌이는 경우엔 이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인권보호 사건 접수 건수
논란은 2014년 인신보호 청구를 통해 병원에서 나오게 된 박모(61)씨가 위헌 심판을 신청한 것을 계기로 헌법재판소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14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 박씨 측은 "환자와 보호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신보건법은 환자 본인의 의사 확인 절차가 없어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씨 측은 이익을 좇기 쉬운 병원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한 대책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박씨의 상대방인 병원 측은 "우리 실정에선 보호자인 가족이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위험은 물론 경제적 부담도 대부분 져야 한다"며 "강제 입원은 환자로 인해 고통받는 남은 가족들의 삶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병원의 진단 역시 객관적 기준에 따른 것이지 자의적인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위헌(違憲) 여부와 별개로 법원은 '강제 입원의 조건'을 엄격하게 따지는 추세다. 남용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해보자는 취지다. 최근 법원은 일단 입원부터 시킨 뒤 정신과 전문의 진단을 뗀 사건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환자를 입원시킨 뒤에야 보호자임을 입증하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한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15/20160415001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