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고신, 지역·신앙관 넘어 하나로
기자명 신비롬 기자 입력 2025.02.17 19:24 댓글 0
기장·고신 교단 총회 임원 간담회 열어
“우리는 예수 안에서 갈라진 적 없어”
서로 포옹하는 정태진 총회장과 박상규 총회장 (사진=평화나무)
우리나라 교계에서 가장 진보적으로 평가받는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박상규)와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장 정태진) 총회가 화합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기장 교단과 고신 교단은 17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본부에서 총회 임원간담회를 열고 화합의 뜻을 밝혔다. 서로 다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신앙의 색도 정반대라고 알려진 두 교단이지만,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박상규 총회장은 “한국 상황이 남북으로, 동서로, 계층으로, 남녀로 갈라져 너무 아픈 상황”이라며 “가만히 반성해 보니 이렇게 갈라지게 된 걸 교회도 막지 못했고, 편승하거나 동기를 부여했다는 책임 의식이 있더라”고 입을 열었다. 박 총회장은 “교회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한 백성이고 천국 가서 같이 만나 살아야 할 가족들이다. 예수님께서 얼른 가서 화해하고 오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다”며 “계시를 받았는데, ‘고신을 빨리 만나라’고 해서 지난 연말 총무님께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렇게 합의해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이건 성령께서 이뤄가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번에 크게 하는 게 아니라 가장 낮은 단계부터 해야 하고, 그중 하나가 함께 예배드리고, 찬양하고, 기도하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신앙을 나누다 보면 또 계시를 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예배는 얍복강을 건넌 야곱이 에서와 만난 것 같은 역사적인 예배”라며 “이 사건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하나 됨의 출발일 거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라는 건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기에 그렇게 하면 갈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앙은 이해관계가 없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한 번도 갈라진 적 없다. 세상은 우리를 갈라놨지만, 우리는 예수 안에서 갈라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태진 총회장도 “우리가 기장 교단과 교제할 줄 상상도 못했다”며 “사무총장님께 연락이 왔길래, 이제 때가 됐나 보다. 한번 만나 봬야겠다 싶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두 교단이 만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박상규 총회장 (사진=평화나무)
“기장과 고신의 만남, 한국교회 큰 반향 불러일으킬 만남”
‘서로 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는 제하로 설교에 나선 정 총회장은 성경 속 분열의 역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유다의 연합을 이야기하며 “하나 되는 것이 하나님의 소원이라는 걸 이 본문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 기장과 고신의 만남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장과 고신의 만남은 우리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 상황을 볼 때 한국교회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회장은 “두 교단은 한국의 장로교회에서 축출된 아픔을 갖고 있다. 또 기장은 전라도를 베이스로 하고 있고, 고신은 경상도”라며 “우리 두 교단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의 대표적인 교단이다. 이 교단이 이런 시국과 이런 상황에서 만난다는 건 정말 한국교회의 큰 메시지를 던지는 만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말씀을 전하는 정태진 총회장 (사진=평화나무)
그러면서 “양 교단이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적 배경 속에서 성장했고, 기독교 신앙의 그 강조점이 다소 차이 있지만, 함께 만나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제시하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에 협력하고 협업하게 될 때 영적 시너지가 많이 나올 줄 믿는다”며 “이 만남을 통해 기장만큼 우리의 반경을 점점 넓혀가는 그런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덧붙였다.
“진보·보수 나누지만, 그 밑바닥에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 있어”
예배 후 고신 교단 이영한 사무총장은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로 심화하는 갈등, 분열 속에, 한국교회에서 가장 보수라는 교단과 가장 진보라는 교단이 하나가 돼 함께 모인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클 것 같다”며 “앞으로 양 교단이 함께하면서 한국 사회와 교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만남을 가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이훈삼 총무 (사진=평화나무)
발언하는 이훈삼 총무 (사진=평화나무)
기장 교단 이훈삼 총무도 “우리가 보수·진보 이렇게 나누지만, 그 밑바닥에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 십자가의 부활 신앙고백은 전혀 다를 수 없다”며 “우리가 만날 기회가 없어서 그랬지, 만나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고, 서로 하나 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사명을 가진 게 우리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받았다. 그러면서 “감동적인 만남이 되어 너무 고맙다”며 “4월 고난 주간을 앞두고 양 교단이 한국교회를 한번 성찰해 보는 토론회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해 4월에 나눔의 자리를 한번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