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하나님을 아버지처럼 두려워하는가?!
우리는 왜 하나님을 아버지처럼 두려워하는가?!
우리는 왜 하나님을 아버지처럼 두려워하는가?!
- 기자명 허찬주 입력 2026.07.31 07:07 아버지의 그림자, 하나님 아버지의 얼굴
육신의 아버지 경험은 하나님 이미지를 어떻게 형성하는가
부성의 결핍은 관계와 정체성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인간은 성경을 읽고 하나님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완전히 중립적인 상태에서 하나님을 인식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형성된 관계 경험과 내적 작동모형을 가지고 하나님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면 하나님를 '아버지'로 인식하는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관계는 무엇일까. 많은 상담심리학자들은 그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육신의 아버지를 지목한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수많은 관계를 경험하지만, '아버지'라는 존재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아버지는 단순히 한 사람의 부모가 아니라 권위와 보호, 인정과 책임을 처음 배우게 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 아버지는 세상을 향한 든든한 안전감의 기억으로 남고, 어떤 이에게는 두려움과 결핍, 혹은 끝내 풀리지 않는 질문으로 남는다. 상담학에서도 인간의 성장과 치유를 논할 때 ‘아버지’라는 존재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생애 초기 아버지를 통해 경험한 규칙과 관계의 틀이 성인기의 삶, 남성성, 나아가 하나님을 바라보는 영성의 영역에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알베르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사회인지이론’의 모델링(Modeling, 관찰 학습)을 통해 인간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며 세상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자녀는 아버지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감정을 다루는 방식, 권위를 사용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관찰하며 자신의 행동 양식으로 내면화한다. 그렇다면 생물학적 아버지가 부재했거나, 혹은 존재했더라도 정서적 방임 속에서 자란 이들은 어떻게 건강한 아버지의 역할, 곧 건강한 부성(fatherhood)을 배우게 될까? 관찰할 대상이 없거나 왜곡된 모델만 경험한 아이는 건강한 부성을 학습하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건강한 모델의 부재는 단순히 어린 시절의 결핍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성인이 된 이후 관계와 정체성, 그리고 하나님을 경험하는 방식에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
상담 현장에서는 삶의 근원적인 불안을 호소하는 내담자들 가운데 ‘부성 부재 경험(Father Absence Syndrome)’을 가진 사례를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이러한 부성의 결핍 경험은 성인기의 대인관계와 정서조절, 권위에 대한 반응 양식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직장 상사나 교수 등 사회적 권위 대상을 만났을 때 과도하게 눈치를 보며 복종하거나, 반대로 맹목적으로 저항하는 양극단의 태도를 보인다.
남성이라면 성숙한 성인의 롤모델이 없이 과장된 남성성에 집착하거나 과도하게 위축되고, 여성이라면 파트너에게 유아기적인 인정과 사랑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상대에게 관계 안정성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통제하는 ‘경계 설정 능력’이 약화 되어 만성적인 공허함이나 중독 성향에 취약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결핍은 결코 결정론적 결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두라의 이론처럼 인간에게는 친부가 없더라도 삼촌, 교사, 멘토 등 ‘대체적 롤모델(Alternative Role Model)’을 통해 부성상을 학습할 수 있는‘ 대리 학습(Vicarious Learning)’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도록 창조하셨다. 따라서 친부가 부재했더라도 다양한 관계 속에서 건강한 부성을 다시 배울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처럼 형성된 부성상은 놀랍게도 인간의 가장 깊은 영성의 영역으로까지 연결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형성된 부성상은 단지 인간관계에만 영향을 미칠까? 상담심리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대상관계이론에 따르면, 생애 초기 육신의 아버지와 맺은 경험과 감정의 기틀은 무의식중에 하나님 이미지 형성 과정에 투사(projection)와 전이(transference)의 형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존 볼비(Edward John Mostyn Bowlby)의 애착이론은 어린 시절 주 양육자와의 애착 경험이 이후 인간관계의 내적 작동모형(Internal Working Model)을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볼비 자신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직접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종교심리학자들은 그의 이론을 하나님과의 관계에 적용하여, 어린 시절의 애착 경험이 하나님을 신뢰하고 경험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손상된 애착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하나님을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안정 애착이 재형성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유아기 시절 전능하게 경험했던 아버지의 이미지를 신에게 투사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현실의 아버지가 징벌적이었다면 하나님도 두려운 심판자로, 무관심했다면 하나님 역시 멀고 침묵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쉽다. 칼 융(Carl Gustav Jung) 역시 부성 원형(Father Archetype) 이론을 통해 현실의 아버지 경험이 하나님 이미지에 투사된다고 설명하였다. 친부가 원형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면 하나님에 대한 내적 표상(Internal Representation)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왜곡될 수 있지만, 반대로 친부와의 관계 경험이 치유되는 교정적 정서 경험(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 역시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상담 심리학 이론은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현실의 아버지와의 관계 경험이 하나님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통찰을 제시한다. 필자 역시 그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실제로 필자의 아버지는 굉장히 엄격하고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셨다. 그래서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아버지’의 존재는 내게 늘 어렵고 무겁고 먼 존재로 느껴졌었다.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의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기도하며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는 점차 회복되었다. 흥미롭게도 육신의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될수록 하나님을 심판자가 아니라 사랑의 아버지로 경험하는 폭 역시 넓어졌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하나님을 인간 심리의 산물로 환원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이 설명하는 것은 하나님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심리적 과정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경험 속에서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성경을 통해 스스로를 계시하시는 분이시다. 따라서 심리학은 계시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떤 사람은 동일한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어떤 사람은 신뢰하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 인간의 신앙 경험을 이해하는 하나의 분석 틀로 사용될 수 있다.

성경 속에서도 발견되는 ‘대리 학습’의 회복
이러한 심리학적 통찰은 성경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요셉이다. 요셉은 어린 시절 아버지 야곱의 깊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 사랑은 건강한 부성이라기보다 편애에 가까웠다. 야곱의 특별한 사랑은 형제들의 시기와 미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요셉은 애굽의 노예로 팔려가는 비극을 겪게 된다. 상담심리학적으로 보면, 그는 보호는 받았지만 세상의 갈등과 적대감을 건강하게 다루는 법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아버지와 분리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요셉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셨다. 노예가 된 요셉은 보디발의 신뢰를 받아 집안의 모든 일을 맡게 되었고, 상담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보디발은 요셉이 건강한 권위와 책임감을 가까이에서 배우는 중요한 모델링 대상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후 보디발의 아내가 유혹했을 때 요셉은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죄를 지으리이까"(창 39:9)라고 말하며 거절한다. 이는 하나님과 주인 모두에게 책임을 지는 성숙한 경계(boundary)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후 감옥을 거쳐 바로 앞에 선 요셉은 인정받아 애굽의 총리가 된다. 최고 권위자의 신뢰와 위임은 상담심리학적으로 교정적 정서 경험(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요셉을 변화시킨 것은 그 경험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러한 관계들을 통해 그의 인격을 빚어 가셨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요셉은 형들을 다시 만났을 때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 45:5)라고 고백한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을 피해자의 이야기로 해석하지 않았다. 하나님을 자신의 아픔보다 크신 아버지로 바라보며, 과거마저 하나님의 구속 역사 안에서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향한 올바른 시선은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우리는 평생 육신의 아버지가 남긴 흔적을 안고 살아간다. 그 흔적은 때로는 하나님을 이해하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상담심리학은 이러한 하나님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지만, 그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계시이다. 신앙의 성숙은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하나님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을 기준으로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해 가는 과정이다. 그 여정 속에서 과거의 흔적은 더 이상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를 증언하는 기억으로 새롭게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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