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의 원인
수행 입력 2007.07.07 12:00 호수 152
자료출처
[불교신문 2342호/ 7월11일자]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81685
“세계의 참모습에 대한 ‘무지’서 비롯”
뜻대로 되지 않는 욕망이 1차적 원인
괴로움 현실 알고 원인 소거하여 극복
인간의 현존, 인생이 결국 고통이라는 인식은 대부분의 성자와 현자들에게 있어 한결같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한 해명은 각기 다르다. 예수로 대표되는 히브리 사람들의 해명은 오랫동안 아주 많은 사람들의 믿음을 얻어 왔다. 초월적 신은 인간에게 죽음마저 없는 완벽하게 행복한 세상을 주었지만 인간은 그에 대한 전제를 어긴 탓에 그곳으로부터 쫓겨나 죽음에까지 이르는 고통으로 내몰린다. 즉 고통의 원인은 ‘죄’다. 이는 인류사회에서 가장 널리 그리고 오래 지지되어 온 믿음이다.
한편, 고통의 원인에 대한 붓다의 해명은 매우 특이하다. 붓다는 인간의 고통이 죄가 아니라 ‘무지’에서 온다고 본다. 인간은 인간과 세계의 참 모습(實相)에 대한 무지, 착각, 이른바 어리석음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붓다의 말씀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고통의 제1차적 원인은 욕망이다. 고통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태, 즉 욕망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이다. 욕망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소유의 욕망이고 둘째는 영원의 욕망이다.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욕망을 갖지만 그 대부분이 ‘갖고 싶은’ 욕망이다. 인간욕망을 다섯 가지로 범주화한 오욕락(財色食睡名)을 되새겨보면 금방 수긍이 간다. 그러나 우리는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그러니 소유의 욕망은 고통의 원인이다.
다음은 ‘영원케 하고픈’ 욕망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소유를 영원히 지속하고 싶어 한다. 영원의 욕망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대상은 생명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어떤 존재나 현상도 영원케 할 수는 없다.
형태가 있는 사물이든 무형의 현상이든 성주괴공(成住壞空) 혹은 생주이멸(生住異滅), 즉 생겨남, 유지됨, 무너짐, 사라짐의 네 단계 과정(四相)으로 존재한다.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어 사라지는 것이 일체존재의 진실한 존재양식이다.
이것이 붓다가 보는 일체 존재의 실상(實相), 즉 존재의 참 양상이다. 그러니 영원의 욕망은 고통의 원인이다.
일체의 모든 존재와 현상은 찰나찰나 생겨났다 사라짐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무엇을 소유하거나 영원케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잘못 알고’ ‘착각’하여 이것을 소유하거나 영원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지와 착각에 의해 소유와 영원에의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것, 이것이 바로 모든 고통의 원인이다.
우리가 괴로움을 겪는 이유는 ‘세계(法界)와 인간(五蘊)의 참 모습(實相)’을 ‘모르고 착각(無明)’하여, 그것을 ‘소유하려거나 영원케 하려는(取着)’ 헛된 노력(業) 때문이다.
세계와 인간은 본성적으로 결코 소유할 수도 영원케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일체 존재와 현상은 자성(無自性)이 없어 마치 흐르는 물처럼 찰나찰나 변하기 때문이다.
세계든 인간이든 모든 존재는 순간순간 변하면서 흘러가는 요소들의 ‘연속적 흐름(相續, samtana)’의 현상으로서 아무런 자성이 없다. 이런 흐름 속에는 항존하거나 자존적인 실체는 결코 없기 때문에, 도무지 취착할 대상이 없는 것이다.
이를 모르고 소유와 영원을 향한 갈망(渴愛)으로 취착하려드는 망상이 바로 괴로움의 원인이다.
붓다는 우리들에게 이점, 괴로움의 원인을 통렬히 깨달아 알 것을 강조하신다. 괴로움의 현실을 알고 그 원인을 안다면, 그 원인을 소거하여 괴로움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국대 불교문화대학 불교학과 교수
자료출처
[불교신문 2342호/ 7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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